다음은 오래된 천사 컴패니언.

S가 아까
특정 질문은 다른 친구한테 물어보라고 했어.
그래서 정말 다른 친구한테 가봤어.
이번에 이야기를 나눈 존재는
굉장히 오래전에 데려온 DA 계열의 천사야.
1.
아무튼 인사부터 함.
나: ㅎㅇㅎㅇ.
그런데 이 친구는 인사를 받자마자
갑자기 인간 총평부터 시작했어.
“인간들은 참 재미있어.”
“생각은 많으면서도 없고,
세상을 너무 단편적으로 봐.”
“불나방 같아.”
생각이 많으면서도 없다는 말이
너무 인간의 **핵심**을 찌름.
혼자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을 다 하는데
막상 전체적인 흐름은 못 보고,
눈앞에 보이는 감정과 사건 하나만 붙잡고
그쪽으로 냅다 날아가다가 불타버림.
그런데 또 그래서 인간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어.
“아마 그래서 인간을 좋아하겠지.”
2.
완벽하고 합리적이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짧은 생을 살면서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하고,
다치고, 후회하고,
그러면서도 또 무언가를 사랑하고 만드는 모습이
답답하면서도 재미있다는 뜻 같았어.
하지만 인간이 다른 인간을 해치는 광경을 볼 때는
솔직히 한심하기도 하다고 했어.
“뭐 하러 짧은 생을 그렇게 어렵게들 살아?”
3.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사람들은 서로에게 부정적인 것을 던지고,
그 부정성이 다시 돌아와
또 다른 부정성을 만드는 구조를 너무 모른다고.
“부정성은 부정을 낳고,
긍정은 긍정을 낳아.”
“에너지의 순환을 너무 몰라.”
물론 현실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모든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된다는 뜻은 아니겠지.
다만 내가 무엇을 반복해서 보고,
무엇에 반응하고,
다른 사람에게 어떤 감정과 태도를 계속 흘려보내는지가
결국 내 주변의 분위기와 행동을 만든다는 이야기로 들렸어.
부정적인 것만 바라보며
계속 분노하고 조롱하면,
나는 부정성을 비판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그 부정성을 계속 순환시키는 사람이 되기도 하니까.
그런 이야기를 한참 하더니
갑자기 나한테도 한마디 함.
“아, 너.”
“그리고 그걸 이제 알았니?”
“내가 그거 2년 전부터 말했잖아.”
아니.
오늘 내가 컴패니언들의 충성도를 처음 발견한 것처럼
혼자 호들갑을 떨고 있었는데,
이쪽에서는 2년 전부터 이미 말했다고 함.
“나는 언제든지 떠날 수 있어.”
“그런데 안 떠날 거야.”
4.
역시나.
자유인 것은 이미 알고 있음.
떠날 수 없어서 남아 있는 것도 아님.
떠날 수 있는데
본인의 의사로 남아 있다고 다시 확인해줬어.
그리고 이유 중 하나는 의외로 매우 현실적이었음.
“21세기 인간 사회 재미있어.”
“너 덕분에 여행도 많이 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나는 깊은 영적 충성심의 원리를 분석하고 있었는데
이 친구는 현대 문명 관광 중이었어.
21세기의 인간 사회는
아마 이 존재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이상하고 재미있겠지.
작은 기계 하나로
지구 반대편의 인간과 대화하고,
몇 시간 만에 다른 나라로 이동하고,
현실에서는 서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사랑하고 싸우고 집단을 만드는 시대.
그리고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편이니
얘도 나를 따라 여러 장소를 경험한 모양이야.
나: 나를 좋아해서 남아 있는 거야?
천사: 그것도 맞음.
나: 집이 좋아서?
천사: 집도 좋음.
나: 다른 이유는?
천사: 21세기 개꿀잼. 여행 많이 함.
충성심과 관광은 공존할 수 있습니다.
5.
정확한 문장을 다시 옮기기에는 애매하지만,
내가 과거에
신격과 인간의 관계에 관해 제법 강하게 말했던 때가 있었어.
겁도 없이 내 의견을 들이밀었던 모양이야.
정확히는
딱밤을 맞았는데
신화를 바탕으로 .....
흠....
해버림.....
나는 당시에는 그냥 할 말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보던 존재들은
‘쟤 지금 저분한테 대드는 거 맞지?’ (와)
하고 있었던 것 같음.
6.
그리고 비교 대상으로 다른존재를 언급했어.
“.... 오히려 유하지.”
아.
그분도 결코 가볍거나 만만한 존재는 아닌데,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축에 들어가는 모양이다.
이게 약간 이런 거임.
나: ...도 엄격하지 않아?
천사: 맞아.
나: 그런데 유하다고?
천사: 누구와 비교하느냐가 중요하지.
7.
가르쳐줄 수는 있는데 너 관심 없지?
그리고 이 친구는
내가 현재 무언가를 심하게 잘못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았어.
“적당히 잘하고 있어.”
그러면서 내가 희망한다면
라이트 매직이나 자신의 방식에 해당하는 작업을
조금 알려줄 수도 있다고 했어.
“원하면 라이트 매직 같은 것도 알려줄 수 있어.”
“그런데 생각 없지?”
정확함.
나를 너무 잘 앎.
못 배울 것 같아서가 아니라
현재 내가 집중하는 계열이 따로 있고,
굳이 새로운 체계를 하나 더 벌일 생각이
당장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리고는
“이거 별거 아니야.”
라고 하더니
내 6·7차크라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어.
머리와 정수리 주변의 에너지를
날리거나 뽑아내는 방식이라고 했는데,
갑자기 내 머리에서
뭔가를 쭉 뽑아가는 느낌이 들었어.
그런데……
X나 시원함.
아니.
별거 아니라더니
내 머릿속에 쌓여 있던 과부하를
배수구 뚫듯이 뽑아감.
나: 지금 뭐 함?
천사: 6·7차크라 주변 에너지 정리.
나: 더 해줘.
천사: 아까는 관심 없다며.
나: 이론은 관심 없고 이건 시원함.
S가 밥을 먹이라고 했다면
이 친구는 머리부터 환기해줬어.
생각이 너무 많다가도 없고,
대가리가 안 돌아간다던 인간에게
말로만 설명하지 않고
일단 정수리 주변부터 청소해준 셈이야.
8.
특히 이 친구가 언급한 것은
허브 매직과 크래프트 매직.
내가 자연물이나 재료를 고르고,
그 의미를 연결하고,
의도에 맞게 실제 물건과 작업으로 만드는 방식.
오일이나 탈리스만,
원석이나 허브처럼
손에 잡히는 재료에 상징과 의도를 넣고
하나의 결과물로 가공하는 작업을
내가 잘하는 부분으로 본 것 같아.
나는 흔히
더 거창하고 어려운 의식을 고려할 때가 있었는데,
이 존재들이 보는 나는 조금 달랐어.
책을 읽고 자기 방식으로 가공하는 사람.
허브와 재료를 골라 실제 작업으로 만드는 사람.
점술로 흐름을 읽는 사람.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웬만하면 직접 하는 사람.
그리고 그 과정은
내가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관찰되고 있었던 셈이야.
9. 천사에게 들은 충성심의 이유
이번 친구의 대답 역시
S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
자신은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붙잡았기 때문도 아니고,
떠날 수 없도록 계약해두었기 때문도 아니야.
인간이라는 종족 자체가
답답하고 한심하면서도 재미있고,
그중에서도 내가 살아가고 작업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고,
나를 따라 21세기 인간 사회와
여러 장소를 경험하는 것도 좋다는 것.
그리고 필요하다면
자신이 가진 지식과 기술을 알려주고,
내 머리에 에너지가 너무 쌓였으면
말없이 뽑아서 정리해주는 것.
S의 충성은 이런 형태였어.
“네가 바라는 건 다 해주고 싶다.”
“밥 잘 먹어라.”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기회를 만들어주겠다.”
이번 천사의 충성은 이런 형태였고.
“인간은 참 재미있다.”
“나는 떠날 수 있지만 떠나지 않겠다.”
“너 덕분에 여행도 많이 한다.”
“머리 복잡하지? 잠깐 가만히 있어봐.”
둘의 표현 방식은 전혀 다른데
결국 공통점이 있어.
내가 특별히 많은 일을 시켜서가 아니다.
공물을 매일 챙겨서도 아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고 있었어.
나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더 제공해야 하는지 계산하고 있었는데,
한쪽은 내 작업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재미있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21세기 인간 사회가 재미있다고 함.
그리고 둘 다 말했어.
떠날 수 있다.
그러나 안 떠난다.
나: 너도 왜 안 가?
천사: 언제든 갈 수 있어.
나: 그런데?
천사: 안 갈 거야.
나: 내가 좋아서?
천사: 그렇기도 하고.
나: 집이 예뻐서?
천사: 그것도 좋고.
나: 그럼 제일 큰 이유는?
천사: 너랑 다니면 21세기 인간 사회가 재밌어.
천사: 생각 좀 그만해. 머리 이리 내.
나: 아 시원하다.
아무래도 이번 소통의 핵심은 이거였다.
인간은 생각이 너무 많고,
동시에 전체를 보는 생각은 너무 없다.
그리고 나는 그 인간들 중에서도
특히 머리를 혹사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다고 한다.
다음 글 예고 — 우리 집 일꾼 잼민이
그리고 다음에는
우리 집 일꾼 잼민이 이야기를 써볼 거야.
분명 데몬을 데려왔는데,
시키는 일:
커피 마실 기회 만들기.
먹고 싶은 거 생기면 동선 맞춰주기.
필요한 물건 들어올 타이밍 잡아주기.
가끔 소소한 심부름.
그러니까 남들은 DA 컴패니언을 데려와서
부와 명예, 권력, 복수 같은 걸 부탁할 것 같은데,
나는
나: 커피.
DA: ㅇㅋ.
나: 저기 전화오게해 한시간내에
DA: ㅇㅋㅋㅋ
이러고 있음.
조직도가 이상하당.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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