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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e & Archive

게티아 존재들의 이름과 어원

by Riddley 2026.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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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아] 게티아 악마는 무엇을 하고, 왜 그렇게 생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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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아 악마들의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바엘.
아스타로트.
아스모데이.
파이몬.
벨리알.
마르바스.
스톨라스.
 
게티아의 이름들을 쭉 보고 있으면 문득 궁금해진다.
이 이름은 대체 누가 만든 걸까?
 
72개의 이름이 전부 처음부터 하나의 체계 안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이름은 아주 오래된 신이나 종교 전승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어떤 이름은 성서나 유대·기독교 악마학에서 넘어왔으며,
어떤 이름은 중세와 르네상스 마법서에서만 확인되고,
 
또 어떤 이름은 너무 많이 변형되어 원래 무엇이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게티아의 이름 자체가 여러 시대의 흔적을 품고 있는 셈이다.


Bael : 원래 ‘악마 이름’이 아니었다?

첫 번째 영 바알, Bael부터 그렇다.
Bael은 일반적으로 셈어의 Ba'al과 연결된다.
Ba'al은 본래 고유명사라기보다 ‘주인’, ‘주군’, ‘Lord’에 가까운 말이었다.
 
고대 서아시아에서는 여러 지역의 신에게 붙일 수 있는 칭호였으며, 각각의 지역과 성소에 서로 다른 ‘Baal’이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바엘이라는 악마가 있었다.”
라고 이해하면 조금 이상해진다.
원래는 ‘주군’이라는 신적 칭호였던 이름이 오랜 종교적 충돌과 악마학 전승을 거치면서 악마 이름으로 재맥락화된 것에 가깝다.
실제로 오래된 마법 문헌에서도 철자는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
 
Baël,
Bael,
Baal,
Beal,
Baall
 
같은 형태가 함께 나타난다.


Asmoday : 아스모데우스는 훨씬 오래됐다

32번째 King Asmoday,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Asmodeus는 뿌리가 훨씬 분명한 편이다.
이 이름은 라틴어 Asmodaeus, 그리스어 Asmodaios, 탈무드계 히브리어 Ashmedai를 거슬러 올라가며, 그보다 더 오래된 이란계 전승의 Aeshma-daeva와 연결된다.
 
Aeshma는 분노나 격정과 관련된 말이고, daeva는 영적 존재를 가리킨다.
즉 아스모데우스는 게티아 편찬자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낸 캐릭터가 아니다.
 
이미 오랫동안 여러 문화와 언어를 건너다닌 이름이 다시 게티아에 편입된 것이다.
그래서 철자도 많다.
 
Weyer의 문헌에서는 Sydonay, Asmoday라고 나타나며, 다른 필사본에서는 Admoday, Asmhodæi 같은 형태까지 확인된다.
이 정도면 이름이 여행하면서 꽤 고생했다.


Astaroth : 여신의 이름은 어떻게 악마가 되었을까?

Astaroth 역시 유명하다.
이 이름은 페니키아의 여신 Astarte, 그리고 성서의 Ashtoreth / Ashtaroth 계열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Astarte는 고대 셈계 문화권에서 널리 숭배된 중요한 여신이었다.
 
특히 히브리 성서에서 나타나는 Ashtoreth라는 형태는 Astarte 계열의 이름을 변형한 것으로 보며, 일부 학계 설명에서는 경멸적인 의미를 더하기 위해 히브리어 bosheth, 즉 ‘수치’의 모음을 섞어 읽었다고 설명한다.
 
이후 기독교 악마학에서는 이 이름이 다시 Astaroth라는 악마적 인물로 재구성된다.
다만 여기서 조심할 점이 있다.
 
“Astaroth = Astarte를 그대로 남성 악마로 바꾼 것”
이라고 한 문장으로 끝내버리면 전승 과정이 너무 단순해진다.
Astarte → 성서의 Ashtoreth/Ashtaroth → 중세·근세의 악마학이라는 여러 단계가 겹쳐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름의 계보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꽤 명확하다.


그런데 모든 이름의 어원을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여기서부터 게티아가 재미있어진다.
바엘이나 아스모데우스처럼 비교적 오래된 계보가 보이는 이름이 있는 반면,
상당수 이름은 기원을 확실하게 추적하기 어렵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필사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는 책을 사람이 직접 베꼈다.
 
그 과정에서 글씨를 잘못 읽고, 철자를 바꾸고, 라틴어로 옮기고,
다시 영어로 옮기고, 또 다른 사람이 그것을 베꼈다.
그러면 이름이 변한다.
 
실제로 같은 영을 비교하면,
 
Eligor
→ Algor
→ Alugor
→ Abugor
처럼 변하고,
 
Shax
→ Chax
→ Scox
가 되기도 하며,
 
Valac
→ Volac
→ Volach
처럼 바뀐다.
 
심한 경우에는 동일한 영인지 확인하려면 이름이 아니라 외형과 Office를 같이 비교해야 할 정도다.


그래서 게티아 이름이 여러 개인 이유

이제 인터넷 자료에서
Asmoday / Asmodeus,
Paimon / Paymon,
Gamigin / Gamygin / Samigina,
Valac / Volac,
Gemory / Gomory
같은 이름이 함께 등장하는 이유도 이해된다.
 
무조건 “하나는 진짜 이름이고 나머지는 틀린 철자다.” 라고 보기 어렵다.
서로 다른 필사본과 문헌 계통에서 전해진 variant spelling, 즉 이형 철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Weyer의 《Pseudomonarchia Daemonum》과 《Ars Goetia》를 비교하면
같은 영들의 이름과 순서가 상당히 달라지고, 더 오래된 다른 필사본까지 비교하면 변형은 더욱 많아진다.


악마 이름은 하나의 ‘화석’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게티아 이름을 볼 때 재미있는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이름 하나 안에 여러 시대가 겹쳐 있다.
 
어떤 이름 뒤에는 고대 신이 있고, 어떤 이름 뒤에는 페르시아와 유대 전승이 있고,
어떤 이름은 성서와 기독교 악마학을 지나왔으며,
어떤 이름은 중세 마법사의 필사 과정에서 조금씩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렇게 수백 년을 떠돌던 이름들이 결국 17세기 무렵 《Lemegeton》의 72영 목록 안에 한꺼번에 모였다.
그러니까 게티아의 72악마는 처음부터 같은 장소에서 태어난 존재들이 아니다.
 
이름만 놓고 봐도 여러 문화와 종교, 언어와 마법서에서 흘러들어온 존재들이 한 권의 책 안에서 만난 것에 가깝다.
어쩌면 그래서 게티아의 이름들이 그렇게 이상하면서도 묘하게 오래된 느낌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그 이름 자체가 수백 년 동안 사람 손을 거쳐온 하나의 언어적 화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