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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e & Archive

게티아와 소환진, 도구에 대하여 (원, 삼각형, 반지 등)

by Riddley 2026. 8. 9.

마법진 밖의 악마, 안의 마술사

게티아 소환진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게티아 관련 이미지를 보다 보면 거의 빠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바닥에는 커다란 원이 있고, 마술사는 그 안에 서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삼각형이 있고, 악마는 그쪽에 나타난다.

그리고 주변에는 오망성, 육망성, 여러 신명과 기호, 반지와 인장까지 온갖 도형이 붙어 있다.

 

처음 보면 그냥 그럴듯한 ‘마법진 디자인’처럼 보이지만, 《Ars Goetia》에서 이 도형들은 각각 역할이 다르다.

그리고 그 배치 자체가 당시 의식마법이 영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꽤 잘 보여준다.

게티아와 소환에 대하


Circle of Solomon : 마술사가 서는 곳

가장 먼저 Circle of Solomon, 솔로몬의 원이 있다.

원전에서는 이 원을 솔로몬이 악한 영들의 해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설명한다.

원 둘레에는 신명, 천사, 행성적 명칭 등이 배치되고, 그 구조에는 아그리파 계열의 우주론과 카발라적 대응도 섞여 있다.

 

그러니까 이 원은 “악마 못 들어오게 원 하나 친다.”가 아닌,

마술사가 스스로를 신적 질서 안에 위치시키는 공간에 가깝다.

원의 안쪽과 바깥쪽이 나뉘고, 마술사는 그 안에 선다.

 

즉, 원의 안쪽 = 이름과 질서, 권위가 확보된 공간

원의 바깥쪽 = 호출된 영이 존재하는 공간 이라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현대 판타지에서는 마법진 자체가 힘을 내는 장치처럼 그려지는 경우가 많지만,

솔로몬계 의식마법에서는 오히려 누가 어디에 서 있으며, 어떤 권위 아래 있는가를 표시하는 경계선이라는 의미가 크다.


Triangle of Art ― 영이 나타나는 곳

그다음이 유명한 삼각형이다.

원전에서는 이 삼각형을 솔로몬이 불복종하는 영들을 명하여 들어가게 했던 장소로 설명하며,

영이 속한 방향을 향하도록 배치하라고 한다. 삼각형 중앙에는 Michael의 이름이 들어가고, 바깥에도 여러 신명이 배치된다.

 

그러니까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마술사와 영이 같은 공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마술사는 원 안에 있고, 영은 삼각형이라는 별도의 공간에 나타난다.

 

이건 꽤 노골적으로 위계를 보여준다.

영은 아무 곳에서나 자유롭게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지정된 장소로 호출된다.

 

그래서 Circle과 Triangle을 함께 보면 게티아의 기본 구조가 보인다.

원은 마술사의 위치를 정하고, 삼각형은 영의 위치를 정한다.

소환이라는 사건 자체가 이미 공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오망성과 육망성은 왜 또 있을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게티아에는 솔로몬의 Sexangled Figure, 즉 육각형 도형과 Pentagonal Figure, 오각형 계열의 도형도 등장한다.

육각형 도형은 의복에 착용하고 있다가 영이 나타났을 때 보여주는 것으로 설명된다.

 

그 목적도 꽤 명확하다.

영을 복종시키고 인간의 형태를 취하도록 강제하기 위해서다.

 

반면 Pentagonal Figure는 마술사의 가슴에 착용하며, 한쪽에는 호출하는 영의 시길을 둔다.

원전은 이것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영에게 명령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오망성이나 육망성도 ‘악마 상징’이 이라기 보다는, 위계의 차이를 의미한다.

게티아의 마술사는 이런 도형과 신명을 통해 자신이 더 높은 신적 권위 아래 서 있다는 것을 영에게 보여준다.

 

그래서 오늘날의 이미지에서 흔히 오망성 = 악마 라고 연결하는 감각으로 보면 원래 문맥이 꽤 많이 사라진다.

이 체계 안에서 오망성과 육망성은 악마의 로고가 아니라 마술사의 권위와 보호를 구성하는 도상에 더 가깝다.


그리고 반지까지 있다

솔로몬의 반지 역시 등장한다.

게티아에서는 이 반지를 마술사의 얼굴 앞에 두어

영에게서 나오는 악취나 유해한 기운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고 설명한다.

 

일부 영, 특히 Beleth, Berith, Astaroth를 다루는 부분에서도 은으로 된 반지를 얼굴 가까이에 두라는 언급이 나온다.

약간 웃기게 들리지만 원전에는 정말 이런 식으로 적혀 있다.

 

그래서 게티아의 의식 공간을 전체적으로 보면,

 

Circle → 마술사를 보호하고 그의 위치를 규정한다.

Triangle → 영이 나타날 장소를 제한한다.

Hexagonal Figure → 나타난 영을 복종시키고 형태를 조정한다.

Pentagonal Figure → 마술사를 보호하고 명령권을 나타낸다.

Ring → 영의 유해한 영향으로부터 마술사를 보호한다.

 

이런 식으로 각 도구에 역할이 나뉜다.


결국 이 마법진은 하나의 ‘세계관 지도’다

그래서 게티아의 마법진에는 당시 의식마법의 세계관이 그대로 들어 있다.

신적인 이름과 천사적 권위가 위에 있고,

 

마술사는 그 권위를 빌려 원 안에 서며,
호출된 영은 지정된 장소에서 나타난다.

 

즉 이 구조는 인간 → 신적 권위 → 영

이라는 관계를 시각적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악마와 마술사가 자유롭게 만나 대화를 나누는 구조라기보다는,

 

“누가 어디에 서며, 누가 누구의 이름으로 명령하는가”

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 마법이다.

 

그래서 Circle과 Triangle은 도형이 아니라,

어쩌면 게티아의 세계관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일지도 모른다.

 

마술사는 원 안에 있고, 영은 삼각형에 있다.

그 둘 사이에 그어진 선 자체가 바로 당시 솔로몬계 의식마법이 생각한 질서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