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아] 게티아의 72악마는 왜 1번부터 72번까지의 순서로 배치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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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아 악마는 무엇을 하고, 왜 그렇게 생겼을까?
게티아 악마들은 대체 뭘 하는가?
게티아를 처음 보면 아무래도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이름과 작위다.
King, Duke, Marquis, President….
그래서 자연스럽게 누가 왕이고, 누가 공작이고, 누가 더 높은가부터 보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 72영을 하나씩 읽어보면 그보다 훨씬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Office, 즉 그 영이 어떤 일을 담당하는가에 대한 설명이다.
《Ars Goetia》는 각각의 영을 소개하면서 외형과 작위, 군단 수뿐 아니라
“이 존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꽤 구체적으로 적어놓는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영인 바엘(Bael)은 사람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다고 기록되어 있다.
두 번째인 아가레스(Agares)는 조금 더 복잡하다.
도망간 자를 돌아오게 하고, 언어를 빠르게 가르치며, 지위와 권위를 무너뜨리고, 심지어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바사고(Vassago)는 과거와 미래를 말하고, 숨겨졌거나 잃어버린 것을 찾아내는 존재다.
가미긴(Gamigin)은 자유학예를 가르치며 죽은 자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마르바스(Marbas)는 숨겨진 일을 밝혀내고, 질병을 일으키거나 다시 치료하며, 기계적 기술과 지식을 가르치고 형태를 변화시키는 능력까지 가진다고 적힌다.
그리고 아몬(Amon)은 과거와 미래를 알려주는 것뿐 아니라 사랑을 불러오고,
서로 대립하는 사람들의 갈등을 화해시키는 일을 담당한다.
이런 식으로 72영을 쭉 읽다 보면 몇 가지 영역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지식과 학문, 언어, 예언, 숨겨진 것의 발견, 인간관계와 화해,
명예와 지위, 재물, 기술과 장인술, 변화와 변성, 자연현상 같은 것들이다.

같은 영역을 다루더라도 방식은 다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같은 영역을 다루더라도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지식을 ‘가르치고’,
누군가는 숨겨진 정보를 ‘밝히고’,
누군가는 과거와 미래를 ‘말하며’,
누군가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움직인다.’
그러니까 “이 악마는 재물 담당.”, “얘는 사랑 담당.”
정도로만 나누기에는 원전의 Office가 생각보다 꽤 세세하다.
심지어 한 존재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여러 능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언어를 가르치면서 권위를 파괴하거나,
질병을 다루면서 기계 기술을 가르치거나,
예언을 하면서 인간관계까지 조정하는 식이다.
이것 때문에 현대의 오컬트 자료에서 게티아 영들을 한두 개의 키워드로만 정리하면 원전과 상당히 다른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게티아를 볼 때는 “이 존재는 무슨 행성인가?”, “무슨 원소인가?” 를 보기 전에 한 번쯤
“원전에서는 이 존재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존재라고 적혀 있는가?” 부터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게티아는 72명의 악마 이름을 늘어놓은 명단이 아니다.
조금 다르게 보면 각자 서로 다른 기술과 역할,
즉 관할 영역을 가진 72명의 영을 정리한 하나의 거대한 카탈로그에 가깝다.
그리고 그 영역을 읽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72명이 조금씩 다른 얼굴로 보이기 시작한다.
게티아 악마들은 왜 저렇게 생겼을까?
게티아 악마 이미지를 처음 찾아보면 꽤 당황스럽다.
멋있는 인간형 악마도 있지만,
고양이와 두꺼비와 인간이 섞여 있기도 하고,
악어를 타고 다니는 노인이 나오기도 하고,
사자가 갑자기 사람이 되기도 한다.
뱀 꼬리가 달린 늑대가 불을 뿜다가 인간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일단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우리가 지금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게티아 악마의 유명한 이미지들이 곧 《Ars Goetia》의 원본 삽화인 것은 아니다.
《Ars Goetia》에서는 오히려 각 영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를 문장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바엘(Bael)은 고양이, 두꺼비,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며 때로는 이 세 형태가 동시에 나타난다고 기록되어 있다.
아가레스(Agares)는 꽤 구체적이다.
온화한 노인의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악어를 타고 있으며 손에는 매를 올리고 있다.
가미긴(Gamigin)은 처음에는 작은 말이나 당나귀의 형태로 나타난 뒤 요청에 따라 인간의 모습으로 바뀐다.
마르바스(Marbas)는 처음에는 거대한 사자로 나타났다가 이후 인간의 형태를 취한다.
그리고 아몬(Amon)은 더 기묘하다.
뱀의 꼬리를 가진 늑대의 모습으로 나타나 입에서 불을 뿜다가, 이후에는 까마귀나 개의 특징이 섞인 인간형으로 모습을 바꾼다고 묘사된다.
그러니까 게티아 특유의 인간 + 동물 + 괴물 + 혼합형 이미지는 사실 현대 판타지에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원전부터 이미 상당히 기묘하다.
그리고 이런 묘사에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특징이 하나 있는데,
처음 나타나는 모습과 이후 취하는 모습이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자로 나타났다가 인간이 되고, 말로 나타났다가 인간이 되고,
늑대 같은 괴물에서 인간형으로 바뀐다.
즉 게티아에서 외형은 반드시 하나의 고정된 ‘진짜 모습’이라기보다
그 영이 나타날 때 취하는 manifestation, 즉 현현의 형태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익숙하게 보는 그림들은 어디서 왔을까?
여기에 큰 영향을 준 책이 19세기의 《Dictionnaire Infernal》, 즉 《지옥 사전》이다.
Jacques Collin de Plancy가 처음 이 책을 출판한 것은 1818년이지만, 특히 유명한 것은 1863년판이다.
이 판에는 프랑스 화가 Louis Le Breton이 제작한 69점의 악마 삽화가 실렸다.
그리고 이 그림들이 엄청나게 유명해졌다.


우리가 지금도 자주 보는 부에르, 스톨라스, 아스타로트, 바엘,
벨레드, 파이몬 등의 고전적인 악마 이미지 상당수가 이 계열에서 널리 퍼졌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그림들 중 상당수가 이후 Mathers 계열의 《The Lesser Key of Solomon》 판본에도 다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대인의 눈에는 마치 “옛날부터 게티아 책에 이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던 것” 처럼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실제 흐름을 보면,
오래된 전승의 외형 묘사가《Ars Goetia》의 문장으로 된 묘사를 거쳐 19세기 삽화가가 그것을 시각적으로 해석하고, 후대 오컬트 서적과 대중문화가 그 이미지를 다시 사용하는 과정에 가깝다.
우리가 보는 게티아 존재의 이미지는
즉 우리가 지금 보는 ‘게티아 악마의 얼굴’에는 원전의 묘사와 후대 화가의 상상력과 현대 오컬트 문화가 여러 겹으로 섞여 있다.
그래서 어떤 존재의 이미지를 볼 때는 한 번쯤
“원래 이렇게 생겼다고 적혀 있었던 걸까?”
하고 원문의 외형 묘사를 찾아보면 재밌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악마의 얼굴이,
사실은 수백 년 뒤 한 화가가 문장 몇 줄을 읽고 그려낸 해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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