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리스와 세트의 질투
누트의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이집트 신화는 창조의 시대에서 왕권의 시대로 넘어갑니다.
그중 가장 먼저 이집트의 왕좌에 오른 신은 오시리스였습니다.
오시리스는 대지의 신 게브와 하늘의 여신 누트 사이에서 태어난 맏아들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누이인 이시스와 결혼하여 함께 이집트를 다스렸습니다.
전승 속 오시리스는 인간들에게 곡식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법과 질서를 세운 선한 왕으로 묘사됩니다. 그의 통치 아래 이집트에는 농경과 문명이 자리 잡았고, 사람들은 신을 섬기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시리스의 형제인 세트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지 않았습니다.

세트는 사막과 폭풍, 거친 바람을 다루는 신입니다.
비옥한 땅과 생명의 순환을 상징하는 오시리스와 달리, 세트는 경계를 무너뜨리고 기존의 질서를 뒤흔드는 힘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두 신은 서로 상반되는 세계를 대표하는 존재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오시리스가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왕국을 번영시킬수록 세트의 질투와 불만은 커져갔습니다.
마침내 세트는 오시리스를 제거하고 그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계략을 준비합니다.
오늘날 가장 널리 알려진 후대의 전승에 따르면, 세트는 오시리스의 몸에 꼭 맞는 아름다운 궤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연회를 열어 신들과 귀족들을 초대한 뒤, 그 궤에 몸이 정확히 맞는 사람에게 선물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참석자들이 차례로 궤 안에 누웠지만 누구에게도 맞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오시리스가 그 안에 들어갔습니다.
오시리스의 몸은 궤에 완벽하게 들어맞았습니다.
그 순간 세트와 그의 협력자들은 뚜껑을 닫고 못을 박았습니다. 틈에는 녹인 납을 부어 오시리스가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봉한 뒤, 궤를 나일강에 던졌습니다. 이 ‘연회와 궤’의 이야기는 특히 그리스·로마 시대의 저술가 플루타르코스가 전한 형태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오시리스가 사라지자 세트는 형의 왕좌를 차지했습니다.
질서와 풍요를 다스리던 왕은 죽었고, 그 자리를 사막과 폭풍의 신이 대신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오시리스의 죽음으로 모든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남편의 죽음을 알게 된 이시스는 그의 시신을 찾아 이집트 곳곳을 헤맸습니다.
그리고 오랜 수색 끝에 이시스는 마침내 오시리스의 몸을 되찾아 아무도 발견하지 못할 곳에 숨겼습니다.
하지만 사냥을 나왔던 세트가 우연히 오시리스의 시신을 발견합니다.
세트는 오시리스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그의 몸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이집트 전역에 흩어버렸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오시리스 신화에서도 세트가 오시리스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는 내용은 핵심적인 사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로써 오시리스는 왕좌뿐만 아니라 온전한 육체마저 잃게 됩니다.
그러나 이시스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여동생 네프티스와 함께 흩어진 오시리스의 몸을 하나씩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이 여정 끝에서, 이집트 신화의 가장 중요한 기적이 시작됩니다.
죽은 자가 다시 일어나고, 새로운 왕위 계승자가 태어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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