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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e & Archive

이집트 신화 (1) 창조와 시작

by Riddley 2026. 7. 24.

이집트 신화의 시작

아주 먼 옛날, 아직 하늘도 땅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세상에는 형태도, 빛도, 방향도 없었습니다. 오직 끝을 알 수 없는 어둡고 깊은 원초의 물, 누(Nun)만이 존재했습니다.

누는 바다나 강과 같은 평범한 물이 아닙니다. 아직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 형태가 생기기 이전의 무한한 가능성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혼돈의 물 위로 최초의 땅이 솟아오릅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해마다 나일강이 범람한 뒤, 물이 빠지며 검은 흙이 모습을 드러내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이 반복되는 자연현상은 ‘최초의 땅이 물 위로 나타나는 창조의 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최초의 언덕 위에 스스로 존재하게 된 창조신이 나타납니다.

바로 아툼(Atum)입니다.

아툼은 누군가에게서 태어난 신이 아닙니다. 아직 세상이 나뉘기 전, 모든 존재와 가능성을 자기 안에 품고 있던 완전한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아툼 혼자만으로는 세계가 만들어질 수 없었습니다.

하나였던 존재가 둘로 갈라지면서, 최초의 남신과 여신이 태어납니다.


공기와 건조함을 상징하는 남신 슈(Shu),
수분과 습기를 상징하는 여신 테프누트(Tefnut)입니다.

슈와 테프누트는 단순히 아툼의 자식인 것만은 아닙니다. 아무것도 구분되지 않았던 세계에서 처음으로 서로 다른 성질이 나뉘어 나온 존재들이기도 합니다.

건조함과 습기, 공기와 물.

세상을 구성하는 최초의 구분이 이들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슈와 테프누트 사이에서는 다시 두 신이 태어납니다.

땅의 신 게브(Geb)와
하늘의 여신 누트(Nut)입니다.


처음에 게브와 누트는 서로의 몸을 바짝 맞댄 채 떨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틈이 없었으므로, 다른 생명이 존재할 공간도 없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인 슈가 두 신 사이로 들어갑니다.

슈는 누트의 몸을 높이 들어 올려 하늘로 만들고, 게브는 그 아래에 누워 대지가 되었습니다.

그제야 하늘과 땅이 갈라지고, 두 세계 사이에 공기와 생명이 머무를 공간이 생겨났습니다.

게브와 누트 사이에서는 훗날 이집트 신화의 중심이 되는 신들이 태어납니다.

오시리스, 이시스, 세트, 네프티스.


창조신 아툼에서 시작하여 슈와 테프누트, 게브와 누트, 그리고 네 신으로 이어지는 아홉 신을 보통 헬리오폴리스의 엔네아드, 즉 ‘아홉 신’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이집트의 세계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원초의 물에서 최초의 땅이 솟아오르고, 하나였던 존재가 둘로 나뉘고, 하늘과 땅이 서로 갈라지면서 조금씩 세계의 형태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세트와 오시리스, 이시스와 네프티스가 태어나며 이집트 신화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