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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e & Archive

이집트 신화 (6) 호루스와 세트의 기상천외한 대결, 그리고 오시리스의 분노

by Riddley 2026. 8. 2.

호루스와 세트의 기상천외한 대결

호루스와 세트의 왕권 분쟁은 재판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신들은 몇 번이나 호루스의 계승권이 옳다고 판단했지만, 세트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두 신은 힘과 지혜를 겨루는 여러 대결을 통해 누가 왕좌에 어울리는 존재인지 증명하기로 합니다.

이 이야기는 신왕국 시대의 《호루스와 세트의 대결》에 자세히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내용을 읽어보면 장엄한 신들의 전쟁이라기보다, 폭력과 속임수와 다소 거친 농담이 뒤섞인 기묘한 소동극에 가깝습니다. 당시 사람들도 이 이야기를 종교적 신화인 동시에 재미있는 문학 작품으로 즐겼던 것으로 보입니다.


1. 하마로 변한 두 신

세트가 처음 제안한 것은 물속에서의 인내 대결이었습니다.

호루스와 세트는 거대한 하마로 변해 깊은 물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먼저 수면 위로 올라오는 쪽은 왕위를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두 신은 무려 석 달 동안 물속에 머물기로 합니다.

이시스는 아들이 세트에게 죽을까 두려워 직접 개입했습니다.

그녀는 구리로 작살을 만들고 끈을 묶은 뒤, 두 신이 잠긴 물속으로 던졌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 작살은 세트가 아니라 호루스에게 명중했습니다.

호루스가 자신이라고 외치자 이시스는 서둘러 작살을 풀어주었습니다.

두 번째로 던진 작살은 세트에게 명중했습니다.

그러자 세트는 자신이 이시스의 친오빠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살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시스는 결국 마음이 약해져 세트에게 박힌 작살까지 풀어주고 맙니다.

이를 본 호루스는 크게 분노했습니다.

자신과 아버지를 끊임없이 해친 세트를 어머니가 다시 살려주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격분한 호루스는 이시스의 머리를 베어 들고 산으로 달아났습니다.

이 장면은 오늘날 익숙한 ‘자애로운 어머니와 정의로운 아들’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이집트 신화의 신들은 완전무결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분노하고 실수하며, 서로를 속이고 상처를 입히기도 했습니다. 

《호루스와 세트의 대결》은 그런 신들의 거칠고 인간적인 면을 숨기지 않습니다.

 

 

2. 빼앗긴 호루스의 눈

산으로 도망친 호루스를 먼저 발견한 것은 세트였습니다.

세트는 홀로 쉬고 있던 호루스를 쓰러뜨린 뒤 그의 두 눈을 뽑아 땅에 묻었습니다. 땅속에 묻힌 눈은 구근으로 변하고, 그 자리에서는 연꽃이 피어났습니다.

눈을 잃은 호루스는 사막에 쓰러져 울었습니다.

그를 발견한 하토르는 가젤의 젖을 짜서 호루스의 눈에 넣었습니다. 그러자 손상된 눈이 다시 회복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전승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납니다.

《호루스와 세트의 대결》에서는 하토르가 호루스의 눈을 치료하지만, 다른 전승에서는 지혜의 신 토트가 손상된 눈을 복원합니다.

이렇게 다시 온전해진 눈이 바로 우자트, 즉 ‘회복된 호루스의 눈’입니다.

호루스의 눈은 단순한 신체 일부가 아니라, 파괴된 질서가 다시 온전해지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에서는 치유와 회복, 보호와 재생을 기원하는 부적으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3. 왕권을 둘러싼 가장 기묘한 계략

신들은 두 존재를 다시 불러 싸움을 멈추라고 명령했습니다.

세트는 호루스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고, 두 신은 함께 식사한 뒤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세트는 성적인 행위를 통해 호루스를 굴복시키려 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이 이야기에서 성행위는 애정이나 관계가 아니라, 

상대를 수동적인 위치에 두어 지배권을 증명하려는 행위로 등장합니다. 

세트는 자신이 호루스를 굴복시켰다고 주장함으로써 왕이 될 자격을 얻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호루스는 세트의 체액이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손으로 받아냈습니다.

호루스는 곧바로 이시스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시스는 세트의 체액이 묻은 호루스의 손을 제거한 뒤 새로운 손을 만들어주고,

이번에는 호루스의 체액을 세트가 즐겨 먹는 상추에 발랐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세트는 그 상추를 먹었습니다.

다음 재판에서 세트는 자신이 호루스를 성적으로 지배했으므로 왕위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호루스는 토트에게 두 사람의 체액을 불러내 진실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결국 세트가 호루스를 굴복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트가 호루스의 힘을 품게 된 셈이었습니다. 

신들은 다시 한번 호루스가 옳고 세트가 틀렸다고 판결했습니다.

오늘날의 시선으로 보면 상당히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대결의 핵심은 성적 지향이 아니라 지배와 왕권입니다. 

세트는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켜 우위를 증명하려 했지만, 

이시스와 호루스는 그 계략을 뒤집어 오히려 세트가 패배한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4. 돌로 만든 배의 경주

그래도 세트는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두 신이 돌로 만든 배를 타고 경주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먼저 결승점에 도착한 존재가 왕위를 얻는다는 조건이었습니다.

호루스는 실제 돌로 배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삼나무로 가벼운 배를 만든 뒤 표면에 석고를 발라 돌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반면 세트는 산꼭대기를 잘라 정말로 거대한 돌배를 만들었습니다.

경주가 시작되자 결과는 너무나 당연했습니다.

호루스의 배는 물 위에 떠서 앞으로 나아갔지만, 세트의 진짜 돌배는 그대로 물속에 가라앉았습니다.

분노한 세트는 다시 하마로 변해 호루스의 배를 부숴버렸습니다.

호루스는 작살을 들어 세트를 공격하려 했지만, 신들은 그를 말렸습니다. 

세트를 죽이는 것은 왕권 분쟁을 해결하는 일이 아니라, 또 다른 혼란을 낳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호루스는 작살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신들에게 자신은 이미 수없이 세트를 이겼으며, 이 지긋지긋한 재판이 무려 팔십 년이나 이어졌다고 호소했습니다.

하마 대결에서도, 재판에서도, 기묘한 계략에서도, 돌배 경주에서도 호루스는 자신의 정당성을 증명했습니다.

그러나 신들은 여전히 최종 판결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토트는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죽은 왕 오시리스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그의 왕좌를 누가 물려받아야 하는지 묻자는 것이었습니다.

저승에 머물던 오시리스는 신들의 편지를 받아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이 수십 년 동안 정당한 왕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온화한 죽은 자들의 왕은 마침내 분노했습니다.

“어째서 나의 아들 호루스가 아직도 왕좌를 받지 못했는가?”

그가 보낸 답장은 지상의 신들뿐만 아니라, 하늘과 저승 전체를 뒤흔들게 됩니다.

오시리스의 분노와 호루스의 즉위

호루스와 세트의 싸움은 너무 오래 이어졌습니다.

호루스는 수많은 재판에서 자신의 계승권을 주장했고, 

세트와의 대결에서도 여러 차례 승리했습니다. 

그런데도 신들은 좀처럼 최종 판결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토트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지상의 신들끼리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면, 죽은 왕 오시리스에게 직접 물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토트는 저승의 왕에게 보낼 편지를 작성했습니다.

“호루스와 세트 사이에서 우리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편지는 산 자들의 세계를 떠나 깊은 저승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시리스의 손에 도착했습니다.

오시리스는 편지의 내용을 듣자 크게 분노했습니다.

자신의 아들이 아버지의 왕좌를 계승하지 못한 채 수십 년 동안 재판과 대결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오시리스는 신들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어째서 자신의 아들 호루스가 속임을 당해야 하는지, 

어째서 아버지의 자리를 정당한 아들에게 돌려주지 않는지를 물었습니다.

 

오시리스는 단순히 죽은 왕이 아니었습니다. 생명과 곡식, 풍요의 질서를 세운 옛 지배자로서 자신이 신들과 인간을 먹여 살릴 보리와 곡식을 마련한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러나 태양신 측에서 돌아온 첫 답변은 오시리스의 마음을 풀어주지 못했습니다.

오시리스는 다시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번에는 훨씬 거칠고 위협적인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정의가 저승 아래로 가라앉아 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다스리는 저승에는 어떤 신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나운 전령들이 있으며, 

필요하다면 그들을 보내 잘못을 저지른 자들의 심장을 가져오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죽은 자들의 왕이 분노하자, 지상의 신들도 더 이상 이 문제를 미룰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