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ore & Archive

고대 이집트의 신, 세트(Seth/Set/Suketu)에 대하여

by Riddley 2026. 6. 21.

붉은 땅의 신, 세트

혼돈이 아니라, 혼돈을 다루는 힘

세트는 이집트 신화에서 가장 오해받기 쉬운 신 중 하나입니다. 흔히 오시리스를 죽인 신, 호루스와 왕권을 두고 다툰 신, 혼돈과 폭풍의 신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세트를 단순한 “악신”으로만 보는 것은 상당히 좁은 해석입니다.

 

세트는 사막, 폭풍, 전쟁, 불화, 이방의 힘, 경계 밖의 영역과 연결되며, 동시에 태양신 라의 배를 위협하는 혼돈의 뱀 아펩을 막아내는 보호자의 역할도 지닙니다. 즉 세트는 혼돈 그 자체라기보다, 혼돈을 상대할 수 있는 거칠고 강한 힘에 가깝습니다.

 

세트의 중심지는 상이집트의 누브트, 그리스식 명칭으로 옴보스라 불리는 지역과 연결됩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세트는 사막과 폭풍, 전쟁과 무질서의 신으로 설명되지만, 브리태니커에서도 세트의 폭력성과 무질서는 “질서 잡힌 세계 안에 필요한 창조적 요소”로 설명됩니다.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세트는 그저 질서를 부수는 신이 아니라, 질서가 썩었을 때 그것을 찢고 드러내는 신에 가깝습니다.

오시리스 신화에서 세트는 분명히 파괴자이자 찬탈자의 얼굴을 가집니다. 그는 오시리스를 죽이고, 호루스와 왕권을 두고 싸우며, 결국 나일 계곡의 질서는 호루스에게, 사막과 외부의 땅은 세트에게 돌아가는 구조로 정리됩니다. 이때 세트가 맡는 영역은 “붉은 땅”, 즉 나일의 비옥한 검은 땅 바깥에 있는 사막과 외부 세계입니다.

이집트 신 세트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세트는 아펩을 찌르는 신이기도 합니다. 중왕국의 관문서 계열 전승에서 세트는 태양신 라를 위협하는 혼돈의 뱀 아펩을 창으로 찌르고, 태양이 다음 날 다시 떠오를 수 있도록 돕는 강한 신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세트의 폭력성은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때로는 우주 질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폭력성입니다.

 

세트의 이미지는 그믐에 가까운 아주 얇은 초승달, 붉은 사막, 밤, 폭풍, 검은 하늘, 먼지바람 쪽이 더 잘 맞습니다. 세트는 밝고 둥근 달이 아니라, 거의 사라지기 직전의 날카로운 달입니다. 다 드러난 빛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칼날처럼 남은 빛에 가깝습니다.

세트 작업의 키워드

세트를 작업적으로 본다면 키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막, 붉은 땅, 폭풍, 전쟁, 경계, 추방, 외부자, 고립, 생존, 분리, 절단, 불화, 거짓 평화의 붕괴, 혼돈의 제압, 강제 정리, 자기 주권

 

세트는 부드럽게 달래주는 신이라기보다, 덮어둔 문제를 드러내는 쪽에 가깝습니다. 관계가 썩어 있으면 그것을 보게 만들고, 경계가 무너져 있으면 경계가 무너졌다는 사실을 알게 하며, 스스로를 속이고 있으면 그 자기기만을 오래 두지 않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세트 작업은 “제 삶을 편하게 해주세요”보다는 “제가 끊어야 할 것을 보게 해주세요”,

“제 경계를 침범하는 것을 물리치게 해주세요”, “제가 두려워서 피하고 있는 싸움을 직면하게 해주세요” 같은 주제에 더 잘 맞습니다.

좌도적 관점에서의 세트 (LHP/Setianism)

고대 이집트의 세트 숭배 자체는 좌도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현대 서구 오컬트에서는 세트가 좌도, 자기신격화, 독립된 의식, 자기 주권의 상징으로 재해석되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Temple of Set은 1975년 마이클 아퀴노와 관련해 등장한 현대 오컬트 단체이며, 이 흐름에서는 세트를 악신이라기보다 “고립된 지성”, “Black Flame”, “Xeper/되어감”의 상징으로 해석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세트는 남에게 복종하기 위한 신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는 누구의 질서에 길들여져 있었는가?”, “내가 믿은 평화가 사실은 억압이었는가?”, “나는 어디까지 나 자신으로 설 수 있는가?”를 묻게 하는 신에 가깝습니다.

세트를 위한 공물, 그리고 상응 

고대 이집트의 일상 신전 제의에서는 신상에게 음식, 음료, 의복, 향유 등을 바치는 의례가 매일 수행되었습니다. 이 제의는 단순히 신에게 “선물”을 주는 행위라기보다, 세계의 질서와 과정을 유지하는 종교적 행위로 이해됩니다.

 

빵과 맥주는 고대 이집트 식생활과 제의에서 매우 중요한 기본 요소였습니다. 펜 박물관 자료에 따르면 빵과 맥주는 이집트 식단, 공물 의례, 임금 지급 체계에서도 핵심적인 구성물이었고, 신전 부속 생산 시설에서도 빵을 굽고 맥주를 빚는 기능이 확인됩니다.

 

포도주 역시 신전 일상 의례에서 공물로 사용된 중요한 음료였습니다. 같은 펜 박물관 자료는 포도주가 일상 제의에서 사용되는 고급 음료였고, 신전으로 보내기 위해 별도로 처리되었음을 설명합니다. 과일과 채소 역시 공물과 임금의 구성 요소로 언급됩니다.

 

향과 향유도 중요합니다. UCLA Encyclopedia of Egyptology의 향수 항목에서는 고대 이집트 향료 자료에서 자주 언급되는 재료로 유향, 몰약, 계피, 육계, 소두구를 들며, 향기가 신전 의례와 장례 의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합니다.

 

세트에게 직접 연결되는 자료로는 다클라 오아시스 무트의 세트 신전 관련 오스트라콘 연구가 있습니다.

「Grain for Seth and His Divine Companions in Dakhleh」는 세트와 그의 동료 신들을 위한 곡물 공물을 다루는 자료로 언급됩니다. 따라서 곡물, 빵, 맥주, 포도주 계열은 세트 공물로도 무리 없이 잡을 수 있습니다.

세트를 위한 공물 (Offerings) 

가장 무난한 것은 다음입니다.

 

기본 공물
물, 빵, 곡물, 맥주, 포도주, 과일, 채소, 향, 향유.

술을 올리지 않는다면 다음처럼 바꿔도 괜찮습니다.

 

무알코올 대체
진한 홍차, 블랙커피, 석류주스, 포도주스, 물.

세트의 이미지에 맞춰 현대적으로 구성한다면 다음도 어울립니다.

 

세트 작업용 현대 대응
붉은 천, 검은 천, 붉은 모래나 흙, 철 조각, 창이나 칼을 상징하는 금속 장식, 붉은 양초, 검은 양초, 사막 이미지, 얇은 그믐달 이미지.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많이 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세트 작업은 공물의 양보다 목적이 중요합니다.

“무엇을 끊을 것인가”, “어떤 경계를 세울 것인가”, “무엇과 싸울 것인가”가 흐리면 작업도 흐려질 수 있습니다.

세트를 위한 허브와 향료

출처 기반으로 잡기 좋은 향료는 유향, 몰약, 계피, 육계, 소두구입니다.

이들은 고대 이집트 향료와 향수 자료에서 자주 언급되며, 신전 의례와 장례 의례의 향기 문화와 연결됩니다.

세트 작업용으로는 다음처럼 나눠볼 수 있습니다.

 

정화와 신전감
유향, 몰약.

 

열기와 돌파력
계피, 육계, 생강, 후추.

 

붉은 사막과 추방감
드래곤스 블러드, 몰약, 후추, 계피.

그라운딩과 경계
베티버, 시더우드, 패출리.

 

단, 생강, 후추, 드래곤스 블러드, 베티버, 시더우드, 패출리 등을 세트 전승에 직접 연결하는 것은 현대적 대응에 가깝습니다.

고대 이집트 자료 기반으로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쪽은 유향, 몰약, 계피, 육계, 소두구 계열입니다.

원석

고대 이집트 원석 대응을 볼 때 색 상징이 중요합니다. UCLA Encyclopedia of Egyptology의 원석 항목에서는 붉은색 원석, 예를 들어 카넬리언·가넷·일부 재스퍼가 피, 힘, 활력, 태양을 상징한다고 설명합니다. 짙은 파랑, 즉 라피스 라줄리는 보호적인 밤하늘과 연결됩니다.

 

펜실베이니아대 자료에서도 고대 이집트에서 레드 재스퍼와 카넬리언이 높이 평가되었고, 특정 부적은 악령으로부터 보호하거나 종교적 이유로 카넬리언 또는 재스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세트 작업에 가장 먼저 추천할 수 있는 원석은 레드 재스퍼, 카넬리언, 가넷입니다.

이 셋은 붉은 땅, 피, 생명력, 전투성, 태양의 힘과 잘 맞습니다. 여기에 헤마타이트는 철, 무게감, 경계, 방어 쪽으로 현대 작업에서 쓰기 좋고, 옵시디언은 추방과 절단, 스모키쿼츠는 탁한 기운 배출과 그라운딩에 잘 맞습니다.

 

추천 원석 정리

 

레드 재스퍼: 붉은 땅, 피, 보호, 생명력.
카넬리언: 열기, 행동력, 용기, 돌파.
가넷: 피, 생존력, 집요함, 회복력.
헤마타이트: 철, 경계, 방어, 무게중심.
옵시디언: 절단, 추방, 그림자 작업.
스모키쿼츠: 탁한 기운 배출, 그라운딩.
라피스 라줄리: 밤하늘, 권위, 신성한 시야.

 

레드 재스퍼는 실제 이집트 부적 자료에서도 확인됩니다.

영국박물관에는 보호를 부여하는 레드 재스퍼 타이트 매듭 부적이 소장되어 있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지평선 위의 태양” 형태의 레드 재스퍼 부적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세트 작업에 어울리는 주제

세트는 다음 주제에 잘 맞습니다.

 

정화와 퇴거.
경계 세우기.
기생적 관계 끊기.
거짓 평화 깨기.
두려움 직면하기.
분노를 의식적으로 다루기.
외부자의 자리를 힘으로 바꾸기.
오래 묵은 의존성 끊기.
생존력과 전투성 회복하기.
내 삶의 주권 되찾기.

 

세트는 다정하게 안아주는 신이라기보다, “이제 그만 도망치십시오”라고 말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세트 작업을 할 때는 소원을 너무 넓게 잡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강해지고 싶습니다”보다는
“제가 끊어야 할 관계를 보게 해주십시오.”

 

“보호해주세요”보다는
“제 경계를 침범하는 것을 물리치게 해주십시오.”

 

“제 삶을 바꿔주세요”보다는
“제가 두려워서 피하던 선택을 하게 해주십시오.”

 

세트와의 작업 시 소원사는

이런 식으로 구체화하는 편이 좋습니다.

세트를 위한 짧은 호출문

세트여,
붉은 땅의 주인,
폭풍과 사막의 신,
라의 배 앞에서 아펩을 찌르는 자여.

제가 외면한 두려움을 보게 하시고,
제 경계를 침범하는 것을 물리치게 하시며,
거짓 평화 아래 숨은 썩은 것을 드러내소서.

제가 제 자리에서 물러서지 않게 하시고,
끊어야 할 것을 끊고,
지켜야 할 것을 지키게 하소서.

 

필자 코멘트 :

세트는 부드러운 신이 아니다

내게 필요한 것들을 가져오기 위한 작업 시 적합하다

세트는 불필요한 기존 체계를 해체한다.

그래서 세트와 작업하다 보면 "정신머리가 글러먹었다"는 사랑의 회초리를 마주할 수 있다.